죽음이란 늘 슬프지요!

찬준 | 2011.07.27 17:09 | 조회 3898
죽음이란 늘 슬프지요!

죽음이란 늘 슬프지요. 특히 어린 제자를 먼저 보낼 때의 마음은 무척 슬프지요. 지난 봄 MT를 다녀오던 중 교통사고로 - 계곡에서 차가 굴러 3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으며, 아직도 2명의 학생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교통사고로 - 어린 제자들을 먼저 보낸 스승의 슬픈 마음을 보았지요. 사고가 난 당일부터 장례일정까지 동료교수의 참담해하던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첫 소식을 접한 저는 사고를 당한 동료 교수에게 전화를 했지요. 정신없어 하던 그는 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평소 남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그의 성품을 잘 알기에 친근한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서둘러 병원을 찾았지요. 그렇게 대범한 그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를 모를 정도로 당황해 하고 있었지요. 아직 빈소도 꾸려지지 않았고 장례 일정과 절차 등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었지요. 서둘러 빈소를 차렸고 유가족과 조문객들을 자리하게 했지요.

그날 그는 사망자의 부모와 형제들이 사고 직후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을까 봐 직접 유해를 수습했지요. 저는 그런 일을 못하지요. 그리고 그는 그날 식사를 못했지요. 밤늦게 까지 힘들어하는 동료 교수 옆에 있다가 미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지요. 다음 날 전화를 하니 담배가 없다고 합니다. 담배가 없다는 것은 핑계이고 와 달라는 이야기이지요. 동료 교수들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해보니 유족들의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가 그 분들과 같이 새벽까지 부둥켜안고 울고 하소연하며 술잔을 나누며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한 결과이겠지요.

다음의 글은 그가 부탁한 장례식장에서 학생회장이 읽었던 추도사입니다.

『 친구들을 보내며!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교정을 거닐었던 정겨운 친구들이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제 앞자리 제 뒷자리 그리고 제 옆에서 같이 공부하였던 친구들을 이제는 볼 수가 없습니다. 제 옆 자리가 텅 빈 것 같습니다. 우리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습니다. 큰 꿈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였던 고마웠던 친구들이 이젠 더 이상 우리 옆에 없습니다.

우리 친구 차○○ 군은 군 제대 후 복학해서, 부모를 돕고자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를 마련한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1학년 정△△ 양은 미소가 맑고 예뻤으며 따뜻한 성품으로 동기들이 잘 따랐던 리더십이 뛰어난 과대표였습니다. 1학년 이□□ 군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으로서 약간은 내성적이지만 예리한 관찰력과 함께 속이 깊은 정겨운 학생이었습니다.

이 세 친구들과 앞으로 가까워져서 더 깊은 우정을 나누고 싶었지만, 채 시작도 못했건만, 이젠 그 기회조차 사라졌음에, 더 서둘러 깊은 정을 나누지 못했다는 회한에 우리는 슬픔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제 ○○이, △△이 그리고 □□를 더 이상 학교에서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슬픔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 애통한 이별 앞에서 남아있는 우리는 뭐라고 당신들을 위로할 수 있겠으며, 남아있는 유족들의 속이 끊어질듯 한 애달픔을 어떻게 덜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슬픔에 잠겨있는 교수님들과 학과 동기와 선후배들의 가눌 수 없는 애통함 또한 나누고 싶지만, 우리의 슬픈 표정과 솟아오르는 눈물이 당신들이 가시는 걸음에 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지금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겠습니다. 그래도 슬픕니다.

친구들이여!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여! 그립고 정이 든 학우들이여! 푸르고 밝고 맑은 젊은 청춘들이여! 이젠 세상의 괴롬과 고통 그리고 슬픔은 모두 벗어버리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우정 그리고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하늘나라로 가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 △△! □□!

당신들이 바라보았던 아름다운 세상! 우리가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렵니다. 친구들이여 이제 더 이상 홀로 아프지 말고, 외로워말고 모든 것 잊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하늘나라에서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길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 먼 훗날 당신들을 만날 때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당신들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 마지막으로 불러보렵니다. ○○! △△! □□! 친구들이여!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당신들의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2011년 3월 28일

학생대표 학생회장 염 ◇◇ 』

장례식이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난 후, 동료 교수 연구실을 찾은 저는 놀라고 가슴 아팠습니다. 그의 연구실에는 주인을 잃은 수많은 신발, 안경, 휴대폰 들이 짝을 맞춰 놓여있었습니다. 그는 사고 현장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경찰서에서 인수해 와 주인을 찾아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벌컥 화를 냈지요. “왜 이런 것까지 당신이 하냐고? 그러면서 언제 마음의 상처를 잊겠느냐?”고 화를 냈지요. 몇 개월이 지난 이젠 그 상처가 많이 아물어 그가 옛날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사건을 겪은 후 저도 제자를 먼저 보낸 아픈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제 제자는 23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지요. 건강해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학교에 안 나와 동급생들에게 물으니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지요. 확인을 해 보니 부산 고신대학 부속병원에 입원을 해 있었지요. 서둘러 병원에 가 보니 보호자도 없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홀로 병실에 누워있더군요. 간호사에게 물으니 폐암 말기이고 회복 가능성은 없다더군요. 그 때의 충격이라니!

그 날 저녁, 아이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지요. 달리 치료 방법이 없어 창원의 병원으로 옮길 예정이라 하였지요. 창원 병원으로 온 이후 병실을 찾아가 “무얼 해 줄까?” 라고 물으니 “자주 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병원에서 그 아이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 하루의 마감을 병원에서 했었지요. 그러던 3개월 후 어느 날, 아이 아버지에게서 “오늘을 넘기기 힘들겠습니다.”란 이야기를 듣고 임종을 지켜주려 서둘러 병실을 찾았지요. 아직은 의식이 있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다음 날 아이는 세상을 떠났지요. 임종 전날 아이의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진동 화장터에서 가족과 제자들의 눈물 속에서 유골을 수습하고 원전 바닷가에 갔었지요. 그날 원전 바다는 파도가 높고 바람이 무척 거셌지요. 아이 아버지의 부탁으로 바다 한 가운데까지 배를 타고 나가 제자의 채 식지 않은 유골 가루를 바다 위에 뿌렸지요. 제자의 따뜻한 영혼이 바람에 흩날려 내 손 안에서 바다로 스러지던 아픈 기억이 아직도 가슴에 생생합니다.

당시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글을 안올린다고 했고 꽤 오랜 기간 글을 올리지 못 했었지요. 그래도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있는 ‘덧없는 희망’과 ‘망각’이란 선물 덕에 그 아이 사진을 보아도 마음이 평온해질 정도가 되어서야 글을 올렸었지요. 이번의 사고로 당시의 슬픔들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이젠 휴~ 하고 긴 한숨 쉬는 것으로 마음이 달래지니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당시 몇 개월 만의 5분 강의에서 위와 같은 제자에 대한 회상과 함께 글 말미에 “이 곳을 찾는 모든 분들 ! 오래오래 사십시오! 살아있는 한 반드시 행복이 옵니다. 그래야 제가 ‘Are you happy?’란 물음에, ‘I am terrible Happy!’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란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의 글을 읽었던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올 초 큰 슬픔을 겪었던 동료 교수와 그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Are you happy?

반드시 오래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그 날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201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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